연극 "아버지" 감동이었습니다
- 작성일
- 2011.09.23 11:08
- 등록자
- 유OO
- 조회수
- 207
하늘과 바다는 더 없이 청명하고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언가는 일상에 지친 여인의 마음을 마구 흔들어 놓았습니다. 그렇습니다. 여인의 마음을 교란시킨 범인은 바로 곱디 고운 가을이었습니다.
당초에 관람을 약속했던 지인들이 예기치 않는 일들이 생겨서 참석 할 수 없다고 배신(?)을 때리며 난색을 표하더군요. 애써 씩씩 한 척 쿨 한 척 그럴 수도 있다고 괜찮다고 염려 말라고 큰 소리 쳤습니다. 이를 어쩐다. 동네방네에 인터넷 카페에 국가에서 지원하는, 이 지역이 낳은 대작가 한승원 선생님의 소설 아버지를 위하여 을 희곡화 한 작품 연극 "아버지"를 보러 간다고 자랑을 했는데 혼자 가기는 청승맞고 갈등이 파도를 쳤습니다.
에라 모르겠다. 남자는 칼을 뽑으면 썩은 무 우 라도 자른다는데 여자인 나는 뭐란 말인가. 그래 좋다. 아버지 바지 자락이라도 잡고 통사정 해 봐야겠다. 결론이 그쯤 되니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. 걱정을 사서 하는 소심한 남편에게는 여러 사람과 함께 가노라고 에둘러 말하고 차를 몰았습니다.
문화의 오지에 살아서 변변한 공연 한 번 관람 할 수 없었노라고, 그냥 참고 살자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자기 연민에 빠졌던 지난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콧노래 까지 부르고 예술회관에 도착했습니다. 잘 정돈된 주변 시설 깨끗한 예술 회관의 이미지가 참 좋았습니다.
막이 오르고 메인 엠시의 분위기 조성용 노래 한 곡조는 가창력까지 겸비하여 관객을 압도했습니다. 순전히 관객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느꼈습니다. 군민 참여 배우로 등장한 깜 찍 발랄한 여고생들은 장흥고 재학생들 이라고 하더군요. 약간의 서툰 몸짓에 더 정이가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분명 내 아이들 이었습니다.
아버지로 등장한 극중 주인공 김 오 현은 여러 형태의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관객을 압도했습니다. 웃겼다가 울렸다가 떡이나 요구르트 같은 간식을 나눠 주며 달래기도 했습니다. 장난 끼 가득한 훼방꾼이었고 노련한 언어의 연금술사였습니다.
그러면서 예전의 내 아버지가, 오늘 날의 우리 아버지가 말하고자 하는 메 세지는 여과 없이 다 보여주었습니다. 표현력이 부족한 옛날의 내 아버지 사랑을 표출하지 못한 오늘 날의 소수의 아버지들을 격려하는 응원의 메 세지 이기도 합니다. 아버지가 남동생만 편애 한다고 원성이 높았던 나의 유년의 그릇된 시선에 공허한 가슴에 일침을 놓아 준 이번공연은 내 개인에게도 깊은 울림을 선사했습니다.
이번 공연을 위해 수고하신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공연 내내 쳐댄 박수 탓에 묵직한 어깨를 혹사 하면서도, 이 밤 잠들지 못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연극 아버지가 내 가슴을 마구 흔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. 청명한 가을하늘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 놓았던 것처럼 말입니다다.
-회진에서 유 정란-